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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만족지연능력(지가조절력)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는데도 소리를 지르고 부모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아이, 던지고 떼쓰는 아이.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듣지 않아 힘들다고 호소한다. 어떤 아이들은 잘 참고 기다리는데, 어떤 아이들은 즉각적인 욕구 충족이 안 되면 무척 힘들어 한다. 과연 아이들의 자기조절력, 만족지연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릴수록 연령에 맞는 방법과 해결책을 찾아 아이의 미래에 더 큰 성과를 바라보고, 자신의 충동과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에 대해 알아보자.
1966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미셀(Walter Mischel) 교수팀은 4세 아이들 600여 명과 실험을 했다. 먼저 아이에게 마시멜로, 브레첼, 쿠키, 초콜릿 중 좋아하는 것을 하나 고르게 했다. 그리고 마시멜로를 고른 아이에게 한 개를 준 후에 ‘먹지 않고 기다리면 잠시 뒤에 와서 또 한 개의 마시멜로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방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 중 일부는 실험자가 나가자마자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버리고, 어떤 아이들은 먹지않고 기다리고자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실험은 마시멜로 실험으로 더 잘 알려진 ‘만족지연능력’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아이가 나중을 위해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참고 기다릴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매우 유명한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마시멜로를 끝까지 먹지 않고 참아낸 아이들을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다시 추적하니 참지 못했던 아이들보다 더 높은 SAT(수학능력시험 점수)를 받았고, 높은 사회적 능력과 성취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 실험결과를 본 많은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15분을 기다릴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15분을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두 번째 실험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잘 참고 기다린 아이들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진행된 것으로 잘 참은 아이들은 기다리는 동안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마시멜로를 보이지 않게 덮거나 재미난 생각을 하게 하는 등의 방법을 아이들에게 제공했을 때, 만족을 지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아이들에게 나이에 맞는 적절한 자기조절 방법을 알려주면 아이들은 자기조절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족지연과 관련된 세 번째 연구도 진행되었는데, 이것이 가장 흥미롭다. 연구팀은 3~5살의 28명의 아동을 두 팀으로 나누어 아이들에게 빈 종이와 쓰던 크레용을 주며 예쁘게 꾸며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크레용이 몇 개밖에 없으니 잠시만 기다리면 좋은 크레용 세트로 바꾸어줄게’라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와 한 팀에게는 ‘미안하지만 크레용이 없구나, 그냥 지금 가지고 있는 크레용으로 꾸며주겠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팀에는 약속한대로 좋은 크레용 세트로 바꾸어 주었다. 이 실험이 끝난 후, 실험팀은 모든 재료를 깨끗이 치운 후, 테이블 위에 마시멜로 한 개를 놓으며 첫 번째 마시멜로 실험과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새 크레용 세트를 다시 가져다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팀은 평균적으로 3분 정도 밖에 기다리지 못했고 14명 중 한 명만이 약속한 시간을 기다렸다. 반면 약속을 지킨 팀은 평균적으로 12분을 기다렸으며 14명 중 9명이나 15분을 기다렸다.
무슨 차이가 이런 결과를 보여준 것일까? 이 연구팀은 연구보고서에 우리 아이들이 ‘내가 참고 기다렸을 때 보상물을 받을 수 있는가?’ 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보상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 대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민감한 것이다. 순간의 불편함을 무마시키고자 아이와 생각없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른 양육과 보상을 주는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기다리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부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시멜로의 실험을 통해 아이가 만족을 지연하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알 수도 있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점은 만족을 지연하기 위한 부모의 역할이다. 두 번째 실험처럼 아이의 발달수준에 맞는 만족지연 방법을 함께 찾아보고 우리 아이에게 더 적절한 방법을 알려주어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많은 방법을 통해 ‘기다리기를 잘 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아이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약속을 잊어버리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아이가 기억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부모의 아이들은 크레용을 바꿔주지 않은 팀의 아이들처럼 신뢰를 잃게 되고, 나아가 만족을 지연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을 결과를 준다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즉각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아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글|김향숙 (동국대학교 이학박사, 아동발달전문가, 부모교육전문가)
에디터|EK(주)_월간유아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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