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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의 위협효과(stereotype threat)
무조건 칭찬하지 마세요
인간은 대부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달아 놓은 편견의 꼬리표대로 관계를 맺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린 마음으로 융통성 있게 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정관념의 위협효과를 통해 어른들이 갖춰야 할 기본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지능과 학업성취가 비슷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우등반과 열등반으로 그룹명을 정한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면서 답안지에 이름과 함께 자신의 그룹명(우등반, 열등반)을 적게 한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우등반이 높은 점수를 얻었고, 열등반은 낮은 점수로 낙제할 가능성이 높았다. 클로드 스틸(Claud Steele)은 그 해답이 유전, 부모의 양육방법, 사회계층, 혹은 가족의 기능과는 무관하며, ‘고정관념의 위협효과(stereotype threat)’라고 하였다.
많은 연구에서 이 같은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수학 과목 시험을 치를 때 답안지에 성별을 기입하는 과정만으로도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상기되고, 이로 인해 점수가 낮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 흑인이 답안지에 인종을 적으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즉 ‘여자 또는 흑인이 수학 실력이 좋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굳어진 특정 집단(여성, 흑인)에 속한 개인이 이러한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행위만으로도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이처럼 무심코 아이들에게 붙인 꼬리표가 편견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방이 이게 뭐니? 너무 지저분하잖아!” “너무 게을러서 잘하기 글렀어” “영어를 잘한 적이 없어요” “키가 작아서 달리기를 못해요” 등의 말이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이 되어 버려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부모나 교사의 고정관념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무심코 또는 장난으로 한 말이 아이들의 고정관념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같은 말을 하더라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융통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키가 작아서 달리기를 못해” “너는 영어를 잘한 적이 없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키가 작아도 달리기를 잘할 수 있어” “영어를 잘할 수 있단다”와 같이 근거 없는 무한 지지를 표현한다. 하지만 아이들도 이러한 말에 한 두 번은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고 받아들이지만, 반복된다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 쉽다.
이보다는 “달리기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보면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단다. 그러고 보면 달리기는 많이 연습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우승하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지지로 이루지 못할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어 자신의 가능성을 인지하게 하는 편이 더욱 유용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지고 있다. 확증편향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으로,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1850년 헝가리의 산부인과 의사 젠메르바이즈(Ignaz Philipp Semmelweis)가 빈 대학에 근무하던 시절, 당시 산모의 출산 시 사망률이 25%나 되었다. 젠메르바이즈는 의료진이 손을 씻고 출산을 도우면 산욕열로 산모가 사망하는 것을 1%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러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젠메르바이즈는 산부인과 협회에서 탈퇴 당하고도 계속된 주장에 국외로 추방되었다.
이후 파스퇴르가 세균을 밝혀내고 나서야 손을 씻고 수술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무려 50년이 걸렸다고 한다. 만약 그 전에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젠메르바이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더 많은 산모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 역시 자신이 보고 싶은 아이의 특성만을 보는 확증편향이 있다. 우리 아이가 사회성이 낮아서 친구를 못 사귄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교사가 ‘또래와 잘 논다’고 말을 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아이가 친구와 잘 놀 때 보다 다투거나 잘 놀지 못 할 때 더 집중하고 ‘역시 우리 아이는 사회성이 문제야…’라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아이가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높은 점수를 받아도 낮은 점수일 때만 기억하고 늘 수학 걱정으로 아이를 힘들게 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이 고정관념으로 작용한다면 아이는 고정관념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여 사회성이나 수학에 진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 고정관념의 위협효과로 아이들의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 교사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에 융통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 | 김향숙 (동국대학교 이학박사, 아동발달전문가, 부모교육전문가)
에디터|EK(주)_월간유아 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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